■ 답변:
백지연 작가님
이번에 제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시가 하나 있는데요. 상호작용적 전시회라고 해서, 관객이 갤러리에서 제 투사적(projective) 그림을 보고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서 그 자리에서 바로 전시합니다. 또 사진예술치료를 통해서 나온 치료적 작품을 함께 전시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심리치료를 해 온 제 내담자 한 분은 화가 날 때마다 침을 뱉다가 뱉을 상황이 안 될 때는 침방울을 종이에 볼펜으로 그려왔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침방울을 제대로 캔버스에 그려서 저와 함께 전시하게 되었는데요. 그런 관객과의 대화, 일반인과의 상호작용이 전시에 포함되면 기존의 전시와 다른 생동감,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사실 기존의 미술문화지도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모르기에 오히려 선입견 없이 국내의 미술문화지도를 접하면서, 지도를 보면 볼 수록 길이 경직되어 있고 자주 끊기고 막혀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에 길을 닦을 때는 누구나 도전과 실험을 했겠지만 어느 새 그 길이 넓어지면서 그 길을 지키기 위한 관료주의의 성벽을 쌓게 되지요.
코로나로 인한 지금 우리사회의 중요한 변화는 결국 불확실성을 견디는 것인데, 불확실성을 견디는 것이 독립, 앙데팡당의 전제조건이라고 봅니다.
앙데팡당 소속 작가 뿐 아니라 창작자들 각자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성벽(기존의 미술계)을 벗어나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작가의 본연에 충실,도전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 봅니다.
오승은 작가님
미술 분야에 더이상 경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기존 틀의 미술이 아닌 실험적인 작품들이 환영 받는 한국미술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질문 : <작품 해설과 함께 작품 아이디어 도출법>
박동: 네 앞의 질문에는 추상성을 곁들인 질문이었는데, 역시 앙데팡당 작가님들은 자유롭고 발상적 플레이를 하는 작가라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지난번 방송에 꾸준히, 앙데팡당2020KOREA의 철학적 관점은 ‘비판적 재구성의 예술적 표현’이다고 정의 한바 있습니다. 작가입장에서는 ‘비판과 해석을 통한 새로운 창작모델이나 창작품’에 대한 요구는 어쩌면 가장 바라는 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승근 관장: 네. 실험성과 창작성의 작품들을 마음껏 보여 달라는 요구라 해석됩니다. 그런데 작가입장에서는 어쩌면 그러한 자유로움이 큰 부담으로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창작의 가장 기본이기에 작가들이 평생 고뇌하며 작업과 사투를 벌여나가는 예술창작의 핵심 사항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동 위원장: 네 그래서 둘째 질문으로 ‘비판적 재구성의 예술적 표현’에는 개인의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작 방법론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방법론 중에서 특히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비법하나 정도를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재미있게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질문에는 작가선생님들이 작품 한점을 소개하며 작품 해설과 함께 작품 아이디어 도출법을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백지연 작가님이 말씀해 주시고, 다음으로 오승은 작가선생님이 말씀해 주세요.
■ 답변:
백지연 작가님
저의 아이디어는 우선 두 영역 사이의 긴장에서 나옵니다. 즉, 저는 심리치료자로서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고 소설에나 나올법한 마음의 아픔을 늘 듣고 소화하는 일을 하는데요.
저 혼자 담기에는 아깝거나 버거운 고통들을 표현하고자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제 작품 중의 '해가 된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면서 기다리면서 괴로워하는 해바라기같은 사람들. 다른 사람, 다른 조직 등을 통해서 행복을 구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는 사람들이 결국 꽃대를 꺾고, 중력을 극복하고 자신 스스로가 해가 되어 떠오르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즉 '해가 된 해바라기'는 상처를 극복한 사람들에 바치는 헌사로서 그린 것입니다.
또한 저는 그 누구나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안타깝게도 대체로 창의성을 억압한다고 봅니다.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자기 규정에 의해서요.
그런 딱딱한 생각들, 즉 고정관념만 벗어날 수 있다면 창작자로서 마음껏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출처 : 아트코리아방송(http://www.artkoreatv.com)